11년 전 순직경찰의 아들 “중랑천 빠진 아이, 살려야 했다” [인터뷰]



“아버지는 줄곧 경찰의 꿈을 응원해주셨어요.” 최근 중랑천 급류에 떠내려가던 8세 아이를 구한 경기 의정부경찰서 고진형(29) 경장의 말이다. 고 경장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9년 큰 아픔을 겪었다. 경찰이었던 아버지가 근무 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평소 각별했던 아버지의 죽음은 충격이었지만, 그는 좌절하는 대신 경찰의 꿈을 이뤘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부터 꿔온 꿈이었다. 고 경장은 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구조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과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털어놨다. 그의 아버지는 2009년 부하 직원 대신 교통단속을 나갔다가 과속차량에 치여 순직한 고(故) 고상덕(사망 당시 47세) 경감이다. 고 경장은 아버지에 대해 “무뚝뚝한편이었다”면서도 “자녀들이 자전거만 타도 안절부절못하시던 분”이라고 말했다. “살리겠다” 생각으로 입수…목숨 건 구조 고 경장은 지난 5일 오후 4시40분 의정부시 신곡동 중랑천에서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던 8살 A군을 필사적으로 쫓아가 구조했다. 출동 전, 경찰에 두 번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한다. 1차 신고는 손자가 실종됐다는 할아버지의 전화였고, 2차 신고는 ‘어떤 아이가 떠내려가고 있다’는 시민의 전화였다. 고 경장은 “2차 신고자와 통화하던 중 인상착의가 실종 아동과 일치한다는 판단이 들어서 서둘러 출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순찰차의 운전대는 고 경장의 사수인 홍준일 경위가 잡았다. 홍 경위가 지름길로 신속히 이동하던 중 골목 입구에서 차량 두 대 때문에 정체가 빚어졌다. 긴급한 상황이었던 터라 고 경장이 먼저 도보로 이동해 현장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고 한다. 홍 경위는 “구명조끼를 들고 갈 테니 상황만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정차한 곳에서 현장까지는 약 200m. 고 경장은 전속력으로 달렸다. 현장에 도착한 고 경장이 목격한 것은 물에 떠내려가는 A군의 모습이었다. 우선 홍 경위를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더 지체하면 아이가 위험할 것 같았다. 물살이 얼마나 빨랐느냐는 질문에 고 경장은 “제가 섰을 땐 밀리는 느낌이 드는 정도였지만 아이는 체구가 작았던 터라 빠르게 휩쓸려 갔다”고 설명했다. 고 경장은 결국 구명조끼도 없이 맨몸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저도 두려웠다. 입수했을 땐 깊은 수심 때문에 몸이 완전히 잠겨서 당황했다”면서 “그래도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 경장은 물속의 A군만 바라보며 약 80m 정도를 뒤쫓았다. 발이 닿지 않았던 40m는 헤엄쳤고, 발이 닿았던 40m는 뛰다시피 이동했다. 고 경장은 “중간 지점부터 힘이 많이 빠졌다”며 “A군을 겨우 잡아 풀숲으로 올릴 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주변에 있던 할아버지 한 분이 도와주셨고, 젊은 남성분이 아이를 넘겨받아 바닥에 눕혔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고 경장의 모습을 보고 자전거 도로를 따라 쫓아왔다고 한다.
구조 직후 A군의 상태는 심각했다. 물속에 있을 때부터 의식이 없었는데, 풀숲에 눕히고 보니 눈의 흰자위가 보이고 입에 거품을 무는 등 위급한 상황이었다. 고 경장은 즉시 심폐소생술을 했다. 서둘러 고 경장을 쫓아온 홍 경위도 응급처치를 도왔다. 그렇게 1분간의 심폐소생술 끝에 아이가 물을 토해내며 스스로 호흡하기 시작했다. 고 경장은 “물속에서 아이를 잡았을 때 완전히 축 처져서 늦었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물을 토해냈을 때 크게 안도했다”고 말했다.
위험천만했던 순간을 설명하면서도 고 경장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홍 경위가 당황했을 것 같다는 질문에 “수영을 배운 게 하도 오래전이라 할 줄 모른다고 말씀드렸었다. 그래서 서둘러 오셨는데 제가 물속에 들어가 있으니까 많이 놀라셨다고 하더라”며 외려 웃음을 보였다. 그는 아이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받았다며 “A군이 무사해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처럼…끝내 이룬 경찰 꿈
고 경장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2009년 12월 12일 아침을 또렷이 기억한다. 학교에 안 가는 날이었던 터라 출근하는 아버지를 배웅한 뒤 어머니와 늦잠을 자고 있던 중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아버지 동료의 전화였다. 그날 고 경감은 연일 근무로 지친 후배들을 대신해 경기 파주시 자유로 서울 방향 오금교로 교통 단속을 나간 길이었다. 고 경감은 이날 오전 11시30분쯤 과속하던 차량에 치여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고 경장은 어떤 아버지였냐는 질문에 “무뚝뚝했지만 저희 형제를 잘 챙겨주셨다. 함께 공도 자주 차고, 산책도 하고, 등산도 하고”라며 “저희가 자전거만 타고 나가도 엄청나게 걱정하시곤 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된 것도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부터 경찰을 꿈꿨다는 그는 “아버지도 제가 경찰이 되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계셨다”며 “많이 응원해주셨다”고 했다. 고 경장은 4년 2개월 전 경찰에 임용됐다. 그는 “근무하다 보면 아버지가 많이 친절하셨다는 이야기를 동료분들을 통해 듣게 된다”면서 “아버지에 대한 좋은 평가를 들을 때마다 저도 마음을 다잡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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