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공정경제 3법’ 추진에… 재계 “시장 무시한 규제” 반발



여권이 추진 중인 ‘공정경제 3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의 반발이 거세다. 여권은 “공정한 경제에 필수적인 제도”라고 강조하지만 재계는 “시장을 무시한 과도한 규제”라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1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의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경제가 정치의 도구로 쓰인다”는 언급까지 하며 개정안 재고를 요청했다. 박 회장은 22일 국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면담하고 상법 개정안 등 경제 관련 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신중한 접근을 부탁할 것으로 전해졌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23일 법 개정안에 대한 기업의 우려를 전달하고 야당이 법 개정 저지에 나설 것을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여당이 주도한 공정경제 3법은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가리킨다. 이 중 상법 개정안의 기업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조항에 대해 가장 반대하고 있다. 현행법은 이사를 먼저 선임한 뒤 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출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개정안은 감사위원회 위원 중 최소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최대 주주의 의결권은 특수관계인과 합산해서 3%로 제한한다. 정부와 여당은 감사위원이 대주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남으로써 대주주 일가가 아닌 다수 주주의 이해에 맞도록 하는 취지에서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계는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대주주가 배제될 수 있고 사모펀드나 기관투자가들의 영향력이 커져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모회사 주주가 불법을 저지른 자회사 임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다중대표소송제’가 상법 개정안에 담겨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실정에 맞게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는 거라면 기업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데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다”며 “여권은 ‘메기’를 풀어 기업을 건강하게 한다는데 이러다 기업이 망할 수 있다”고 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당정이 만든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기준을 현행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 상장회사·20% 이상 비상장회사에서 모두 20% 이상으로 강화했다. 이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가 지분 30%를 가진 기업에서 20%를 가진 기업으로 확대됨에 따라 대상 기업이 늘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를 권장하던 정부가 이를 다시 사익편취 회피수단처럼 낙인찍는데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대표회사를 중심으로 내부통제협의회를 만들고 그룹의 주요 위험요인을 공시하도록 하는 등 삼성, 현대자동차 등 6개 복합금융그룹을 규제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이 함께 추진되면서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표 기업 다수가 경영권 방어와 지분 정리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행법으로 충분히 감독하고 규율할 수 있는데도 ‘공정경제’라는 추상적인 구호로 새로 법을 만들어 규제만 늘리고 있다”며 “대기업조차 치열한 경쟁과 코로나19 위기로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인데 다수의 기업에 성장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진입 장벽만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주화 권민지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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